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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은 님 | 서울예대 교수, 아동・청소년 문학 평론가




    김지은 “양육 경험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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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책을 읽고 평론을 하는 김지은 작가는 서울예술대학교 문예학부 학생들과 그림책, 아동청소년문학을 연구한다. 평론집 『거짓말하는 어른』, 『어린이, 세 번째 사람』,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공저) 등을 썼고 그래픽노블 『왕자와 드레스메이커』, 『너와 나의 빨강』, 그림책 『괜찮을 거야』,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대한민국에서 그림책, 동화, 청소년소설을 가장 많이 읽고 사랑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김지은 평론가가 아닐까? 그에게 어린이책의 변화와 양육 경험을 물었다. 

     

     

     

     

    책으로만 만날 수 있는 것들

     

    ‘아동청소년 문학평론가’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고 계시죠? 대부분 작가, 문학평론가라고 많이 소개하는데 작가님은 꼭 ‘아동청소년’이라는 단어를 붙이시더라고요. 

     

    우리나라가 아동문학에 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어린이와 어른이 보는 책 사이에 또 다른 책의 영역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예전에는 동화작가라는 이름 대신 아동문학가라는 말을 쓰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이게 사실 부정확한 용어들이잖아요. 문학가라는 단어를 쓰는 건 아동문학가밖에 없었고요. 과거의 관습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규정으로 가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해요. 

     

    그림책도 무조건 동화책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죠. 아이가 어릴 때 가장 많이 사게 되는 책이 그림책인데요. 요즘은 성인들을 위한 그림책도 많이 나오고 소재도 다양해졌습니다. 청소년소설도 마찬가지고요.

     

    맞아요. 예전에는 어린이, 청소년들이 주로 읽는 책은 착한 아이, 나쁜 아이 같이 단정짓는 캐릭터가 많았지만 요즘은 하나의 단어로 규정하기 어려운 입체적인 인물이 많이 나오죠. 작품을 읽어나갈수록 이 사람의 새로운 면모가 드러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이주아동이 책에 등장한다고 할 때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 아동이 언제 어디에서 왜 이주를 선택하게 됐는지가 맨 먼저 등장했어요. 그런데 요즘 작품은 아니죠. 책의 70% 정도가 지날 즈음에서야 이 친구가 이주 아동이었던 것이 묘사됩니다. 과거 어린이들이 등장하는 작품을 보면 어린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는 짜장면, 피자, 떡볶이 이런 메뉴가 나왔다면 요즘은 어린이들의 다양한 미식 취향을 고려해서 간식도 입체적이고 세밀하게 묘사됩니다. 가족관계도 그렇고요. 요즘 아동청소년 문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물은 비혼인 이모, 삼촌입니다. 

     

    반면에 이웃 이야기들은 많이 사라졌죠.

     

    옆집 사람이 책에 등장하면 어린이들이 긴장해요. 낯서니까요. 예전에는 엘리베이터나 골목에서 이웃이 말을 걸면 친근한 장면으로 여겼는데, 지금은 약간 경계의 인물로 등장할 때가 더 많아요. 

     

    사회적인 변화를 비롯해 작품을 쓰는 작가들의 감수성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맞아요. 작가들도 고민을 정말 많이 하고 사고도 많이 달라졌죠. 요즘 나오는 작품들을 보면 아이들의 발언에 무게가 많이 실려요. 어른들의 말에 그냥 수긍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안 나오죠. 우리 학교가 왜 싫은지, 교사에게 무엇이 불만인지, 어떤 제도가 불편한지, 어린이들의 구체적인 발언들이 작품 속에 등장합니다. 단순히 경청만 했던 어린이에서 벗어나 시스템을 바꿔가는 매우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아이들의 이야기를 서사로 담아요. 

     

    청소년소설과 성인문학을 동시에 쓰는 작가들도 많아졌습니다. 문제는 독자가 사라지고 있는 거죠. 영유아기에는 그림책을 많이 읽다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모든 아이들이 학습만화만 봅니다. 고학년이 되면 문제집 사기에만 바쁘고요.  

     

    정확히 말하면 문학 교육이 사라졌죠. 책을 통해서 우리는 타인의 삶을 배워요. 자신이 갖고 있는 세계 말고 다른 사람의 스토리를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통로가 책인데,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죠. 사람이 학습을 할 때 대응적으로 진리를 배우기도 하지만, 문맥적으로 배우는 게 훨씬 많거든요. 어떤 맥락을 통해 학습되는 것들이 굉장히 많은데, 아이들의 독서에 공백이 너무 크죠. 

     

    책을 읽을 때도 효율성을 따지죠. 

     

    얼마 전 한 지역의 육아종합센터에서 강의를 했는데, 학부모들이 많이 오셨어요. 그분들의 주요한 관심은 ‘학습 경로로써의 독서를 어떻게 할 것인가?’였어요. 옛이야기 다음엔 과학, 역사서를 읽으면 되냐는 질문이 대부분이었어요. 사실 학습을 목적으로 한다면 독서보다 빠른 게 훨씬 많죠. 문제는 인간은 나무와 똑같아서 절대치의 필수적인 시간이 흘러야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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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의 속도를 이해해야 한다

     

    작가님이 영유아기 자녀를 키웠던 건 10여년 전이시죠. 그때와 지금은 비교하면, 차이가 많이 느껴지나요?

     

    글쎄요. 여전한 것도 있고 또 달라진 것도 많은데요. 요즘 어린 아이를 돌보는 양육자들을 보면 죄책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이건 사회적인 분위기, 문화의 영향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아기의 탄생을 사회가 기뻐하고 어린이의 존재를 반가워해야 하는데, 언젠가부터 양육자들이 자신을 과하게 검열하고 또 스스로가 좋은 양육자가 되지 못하는 상태를 항상 걱정하는 것 같아요. 이 분위기가 노키즈존으로 연결되고요. 

     

    내 아이가 작은 민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중압감이 매우 크죠. 

     

    사실 우리 모두가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잖아요. 누구나 잊어버리고 살지만 이 시절을 조금만 기억하려고 노력하면, 그때의 내가 얼마나 서툴고 문젯거리를 일으키며 자랐는지를 알 수 있어요. 요즘 사회는 모든 게 효율을 중심으로 구성되니, 일반 성인이 갖고 있는 규정 속도, 또 그런 범위의 활동에 조금이라도 속도를 늦추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지나치게 적대시해요. 필요한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거죠. 어린이는 원래 기본 속도가 달라요. 그런데 이 속도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니 결국 충돌하게 되는 거예요. 내 어린 시절을 우리도 떠올려봐야죠. 

     

    양육자의 성장에 대해서도 여쭙고 싶어요. 누군가를 돌보는 경험이 체력적으로는 많이 힘들지만, 스스로 성장의 기회도 되잖아요. 

     

    그럼요. 양육자들은 양육 경험을 통해 관계적인 능력이 엄청나게 커집니다. 양육 경험을 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관계의 질이 있어요. 새로운 일을 하게 될 때 성숙한 관계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생기죠. 우리 사회가 지금 가장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가 출생률인데요. 출생률을 높이려면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과 이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죠. 그리고 이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미래 사회에는 더 많이 필요해요. 사회에 나가서도 마찬가지예요. 육아휴직제도를 사용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데 아직도 이 제도를 사용하면 불이익을 주는 조직이 존재하죠. 휴직을 하다 재취업에 성공하면 쉰 기간을 공백기라고 부르는데, 이 언어적인 표현도 저는 다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요?

     

    ‘양육 경험자’라는 표현을 쓰고 싶어요. 마음 같아서는 5년 양육 경험을 가졌으면 가산점을 주는 제도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만약에 두 명을 길렀다고 하면 추가 가산점을 주는 거죠. 예전에 스웨덴에 출장을 간 적이 있었는데요. 그 곳에서는 아이 때문에 일을 하다가 갑자기 나가야 할 때, 그 이유를 묻지 않아요. 이유를 묻지 않는 건 기본이고, 결재도 받지 않고 나가도 돼요. 왜냐면 긴급 상황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거죠. 학교도 마찬가지예요. 수업을 하다가 자녀에 관련된 긴급한 상황이 터지면 그 수업이 종료되기 전에 그냥 나가도 돼요. 이런 비상사태에 대한 계획이 이미 다 설계가 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예요.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네요. 

     

    우리는 언제나 눈치를 보죠. 구구절절 다 설명해야 하고요. 양육과 노동을 병행하는 구조가 당연히 여겨져야 하는데 아직 멀었죠. 여전히 돌봄 노동은 남는 인력이 한다는 인식이 있잖아요. 가장 무서운 건 내 시간을 겨우 만들어서 양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는데, 또 다른 돌봄이 따라온다는 거죠. 너는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보게 됐으니 할머니 간병도 맡고, 집안일도 더 많이 하라는 이야기.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나요?

     

    여전한 편견 속에서 돌봄을 이어가는 양육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요.  

     

    사회가 주는 공포 마케팅에 마음을 뺏기지 않으시면 좋겠어요. 양육자들에게 여러 종류의 협박, 공포를 조성하는 걸 많이 목격하는데요. 양육자로서 사회에 요구할 것들은 더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기죽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다 잊어버린 빈터에서도 풀이 자라는 것처럼 아이들은 되게 자생적으로 잘 자라는 경우가 많아요. 너무 겁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양육자가 자녀에게 좀 더 잘하지 못해서 큰일이 나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큰일이 나면 사회가 이상한 거니까요. 어린이를 키우는 일은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어린이가 있어야 미래가 있는데, 그 미래를 준비하는 일에 가장 앞장서 있는 분들이 양육자이시니까요. 자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아주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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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4.08

  • 더블하트 아세더하
    김잔디 님 |’브로콜리너마저 ‘ 키보디스트, 정신건강간호사




    김잔디 “용기 내서 더 밖으로 나오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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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키보디스트 김잔디는 올해 초등학생 4학년과 2학년이 된 두 아이의 엄마이다. 양육 공동체를 통해 가장 힘든 신생아 양육 시기를 무사히 건너왔고, 이후 지역 공동육아를 통해 취학 전까지 아이들을 키웠다. 대학교에서 간호학을, 대학원에서 보건학을 공부해 석사학위를 받았고 정신건강간호학을 공부해 곧 박사 졸업을 앞두고 있다. 응급실 간호사를 거쳐 현재는 정신건강 전문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뮤지션, 양육자, 의료인으로 24시간을 바쁘게 사는 김잔디는 돌보며 작업하는 여성들의 삶을 기록한 책 『돌봄과 작업 2』에 참여했다. 

     

     

     

     

     

    오히려 도움을 받았던 시기

     

    책 작업은 『돌봄과 작업 2』가 처음이셨죠.

     

    고민을 많이 하다가 글을 썼어요. 아이들이 영유아 시기일 때는 양육자로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지금은 그래도 많이 컸으니까요. 그때의 기억들을 잘 쓸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글을 쓰다 보니 생각이 나더라고요. 책을 쓰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에 대해서도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됐고요. 저 외의 다른 저자들의 양육 이야기를 읽게 돼서 도움을 받았고 많이 공감했어요. 돌봄과 일 사이에서 고민이 많은 분들이 많이 읽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 공동육아를 하신 걸로 들었습니다.

     

    신혼집이 평촌이었어요. 이사할 동네를 찾다가 과천에 있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좋다고 해서 추천을 받고 과천으로 가게 됐어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공동육아로 아이들을 키웠다고 볼 수 있어요. 큰 도움을 받았죠. 비슷한 상황에 있는 양육자들이 같이 고민을 나눌 수 있었으니까요. 힘든 순간을 헤쳐나갈 수 있는 방패였어요. 

     

    간호학을 전공한 일이 양육자로서도 큰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아마 있을 거예요. 하지만 간호사로서의 경험보다는 저의 개인적인 성향이 양육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불안이 높은 편은 아니에요. 애들이 좀 지저분한 바닥에 기어 다녀도 그렇게 불안해 하지 않았어요. 이렇게 키워도 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걸 기본적으로 알고 믿으니까요. 불안이 크지 않았어요. 안다기보다 믿는다는 의미가 더 맞는 것 같아요. 시시때때 힘든 일도 있었지만 결국엔 다 해결된다는 믿음을 갖고 그 시기를 지나간 것 같아요. 

     

    지금 영유아기 자녀를 키우는 양육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아기의 살 냄새를 너무 그리워하는 사람으로서 일단 너무 부럽고요. 정말 힘든 시기이기도 하지만 너무 소중한 시기니까요. 그 시간을 잘 즐기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내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더 좋게 바꿔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조금 용기를 내서 바꿔가실 힘을 품으시면 좋겠어요. 

     

    양육자로서의 일상을 고단한 일로만 여기지 않는 듯해요.

     

    맞아요. 아이를 키우는 온전한 시간도 물론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저는 아이를 키울 때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오히려 저에게 많은 도움을 준 것 같아요. 아이러니하게도 육아를 통해 스스로 내가 전환된 시간이었거든요. 또 경제적인 활동을 이어가면서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을 주체적으로 해줬을 때 얻는 보람도 컸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제가 정신건강을 공부하고 있으니까 마인드 컨트롤을 비교적 잘하는 편이에요. 저는 양육자에게는 ‘책임감과 체력’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양육자에게 꼭 필요한 자기 돌봄이라고 여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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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박사 논문을 쓰고 계시죠? 어떤 주제인가요? 

     

    제가 관심 있는 대상이 중독이거든요. 예전에 알코올 중독자들을 위해서 음악 프로그램을 만들었었어요. 제 첫 직장이 서울대병원 성인 응급실이었는데요. 그때만해도 중독자들에 대한 편견이 정말 심했어요. 어떻게 저렇게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이해가 안 됐죠.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 중독자들이 그냥 중독자가 된 게 아니라는 걸 알았죠. 오히려 되게 약한 사람이라서 내면으로 쌓고 쌓다가 술로밖에 풀 수 없어서, 중독의 단계까지 간 거죠. 1년 동안 노래 만들기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또 결과물을 만들면서 배운 게 참 많아요. 

     

    정신건강 간호사로서 양육자들의 정신건강에 관해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돌봄에 몰입해야 하는 시기에는 내 마음을 조절하는 게 정말 어려운 일 같아요. 어린아이를 키우다 보면 밤에 잠을 잘 못 자고 끼니도 잘 못 챙겨 먹잖아요. 뭐든 아이를 먼저 생각하게 되고요. 그럴 때일수록 내가 좀더 덜 피곤하고 안정적이어야지, 결정도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부정적인 감정도 덜 갖게 되니까요. 어려운 일을 마주했을 때는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스스로가 너무 힘들 때는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거든요. 자기 돌봄을 잘 챙기고 도움이 필요할 때 목소리를 잘 내셨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괜찮다는 말을 해드리고 싶어요. 

     

    양육자들에게는 소통의 기회가 더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렇죠.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중요해요. 저도 아이를 키우면서 많이 깨닫게 됐는데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조금씩 연결점을 찾으시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는 자기 전에 웹툰을 조금씩 보면서 자는 게 일상의 낙이거든요. 누군가와 적극적으로 만남을 갖지 않더라도 이렇게 소극적인 외부와의 연결도 필요한 것 같아요. 혼자서만 고민했던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돼요. 지금까지 맺었던 인간관계와는 좀더 다른 인간관계를 맺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나를 위한 작은 사치를 부리는 것도 양육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정말 사소한 것이라도요. 

     

    환대받는 경험이 중요해요

     

    사회에 나가 경제적인 활동을 하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못한 전업맘들도 많습니다. 

     

    사실 저는 그분들이야말로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을 전적으로 돌보는 일이 이 사회를 위해서도 정말 필요한 일이고 무척 어려운 일이잖아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를 말이 있는 것처럼, 양육은 너무 귀한 일인데요.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를 키우는 온전한 기쁨을 누리셨으면 좋겠고 아이의 성장을 항상 함께 한다는 자부심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때때로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면 이 시간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취미 활동을 시작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사회에 나와 경제적인 활동을 하고 싶다면 좀더 용기를 내서 부딪히시면 좋겠어요. 사실 저는 양육자들이 경제활동을 할 때 더 많이 배려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거든요. 아이를 낳고도 사회에 나가 일을 하는 게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래야 하는데,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을 전해 들을 때 정말 속상한 마음이 들어요. 

     

    양육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셨나요?

     

    아이들이 영유아일 때는 집에만 있으면 더 우울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아이를 데리고 유아차를 끌고 지하철도 타고 열심히 밖으로 나갔어요. 챙길 짐이 너무 많아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일단 나가면 기분전환이 되잖아요. 그런 기억들이 제겐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어요.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좀더 친절하고 관대한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요. 큰 마음을 먹고 외출했는데 우리가 불청객인가? 싶은 기분을 느낀 적도 있었거든요. 환대받는 경험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전 연령대가 올 수 있는 공연도 종종 여시죠? 브로콜리너마저 공연에는 아이 관객들도 많이 온다고 들었습니다

     

    밴드로서 지낸 시간이 꽤 기니까요. 팬들이 양육자가 된 경우가 많아요 얼마 전에 공연 리허설을 했는데 4살 정도 되는 아이가 가족들과 같이 공연장에 온 거예요. 눈을 마주치니까 막 부끄러워하는데 너무 귀여운 거죠. (웃음) 덕분에 힘을 내서 공연을 잘 마쳤어요. 공연장에 따라 8세 이상만 들어올 수 있는 공연도 있는데요. 저희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은 아이들이 공연장에서 약간 소란스러워도 조금 관대하신 편이에요. 

     

    사회적인 분위기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엄마 아빠들이 자유롭게 나올 수 있으니까요. 출산율 저하가 문제라는 이야기만 할 게 아니라 아이 친화적인 사회를 만드는 게 더 먼저인 것 같아요. 겨울만 되도 실외에 마땅히 놀러 갈 곳이 없어서 엄마 아빠들이 애를 먹잖아요. 열심히 찾아보면 어딘가 있긴 하지만 찾아보지 않아도 눈으로 보이고 체감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기업에서는 양육자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좋은 육아템을 만들어주시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육아는 템발”이라는 말도 하잖아요.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편하게 하려면 좋은 물건들이 많이 필요해요. 물론 너무 많은 쓰레기가 생기지 않도록 소비자들은 빌려 쓰고 나누는 일도 필요하고요. 

     

     


    2024.04.08

  • 더블하트 아세더하
    김희진 님 |돌고래 출판사 대표, 24년차 편집자




    김희진 “돌봄의 가치를 알릴 단어가 필요해요”

     

    출판사 ‘돌고래’를 창업한 김희진 대표는 24년차 편집자,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를 키우는 양육자이다. 영문학과 비교문학을 공부한 후 출판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돌베개 출판사를 거쳐 민음사에서 인문교양 브랜드 ‘반비’를 만들고 반비에서 첫 책이 나온 직후 임신해 1년도 안 돼 출산휴가에 들어갔다. 만삭의 몸으로 출산 전날 새벽 1시까지 일했던 편집자 김희진은 2020년 봄 퇴사했고 2022년 9월 돌고래 출판사라는 이름이 박힌 첫 책을 출간했다. ‘돌봄’이라는 단어는 출판인으로서도 양육자로서도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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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을 더 잘하는 사람이 되었다

     

    창업 전 편집자로만 일할 때, 첫 책 『돌봄 인문학 수업』을 쓰셨어요. 

     

    아이가 태어나고 계속 기록을 해왔어요. 본격적으로 원고를 쓰기 시작한 건 2017년이고요. 2019년에 『돌봄 인문학 수업』을 출간했죠. 이 인문서는 ‘돌봄 인문학 독서 모임’ 덕분에 나온 책이에요. 2014년 딸아이가 3살 때 이 모임을 만들었는데 2021년까지 계속해오다가 코로나를 겪고 출판사 차리느라 요즘은 못 만나고 있어요. 구성원들이야 워낙 아이를 같이 키우는 동료들이 되었기 때문에 종종 연락도 하고 만나기도 합니다. 처음 이 독서모임을 만들 때부터 목적이 분명했어요. 양육자들의 경험을 서로 공유하고 그 언어들을 기록하려는 것이요. 아기를 돌보는 일상에서 깨닫게 되는 소중한 통찰들이 너무 많은데 엄마들끼리 수다 떨고 사라져버리게 두지 말고, 다양한 인문학 책들을 참고도서로 읽으면서 그 도움을 받아 우리 경험도 최대한 보편적인 언어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바람이었어요. 물론 아기들이 어려서 엄마들이 마음 편히 혼자 나와서 책 읽고 이야기 나누기는 어려웠고요. 그래서 여러 기관에서 지원을 받아 엄마들이 책을 읽을 동안 아이들은 옆에서 돌봄 선생님들과 함께 숲 체험도 가고 미술 놀이도 했어요. 

    양육자로 보내는 시간에 글을 꾸준히 쓰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처음 아이를 키워보는 거니까 뭐든 게 새롭잖아요. 생활 환경도 동선도 바뀌니 너무 힘들었어요. 그리고 그 어려움 속에서도 굉장히 강도 높은 행복감이나 기쁨도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혼란스러웠고요. 그래서 책에도 썼지만 정말로 “미치지 않으려고” 기록 차원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나는 힘든데 왜 이렇게 힘들까? 내 환경과 조건이 문제일까? 마음이 문제일까? 어떤 것들이 양육자로서의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리해보고 싶었어요.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요?

     

    불안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보통 시험을 볼 때 시험공부를 한 다음에 시험을 보잖아요. 시험 범위를 알고 미리 준비를 하죠. 열심히 하면 성적을 잘 받을 수 있고요. 그런데 양육은 이전까지 제가 훈련받고 교육받았던 활동과는 너무나 다른 종류의 일이었어요.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양육에 관해 배운 적도 없고 주변에서 볼 기회도 없었어요. 요즘엔 형제가 적고 대부분 핵가족이니까요. 아무런 준비를 못하고 아이를 낳았는데 이 시험을 보는 기간이 무한대, 최소 20년인 거예요.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당시에 온갖 양육서들을 보면서 미친듯이 공부를 하기도 했는데 결국은 아이를 키우는 일이 그렇게 시험 성적을 내거나 일에서 성과를 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어요. 너무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죠. 초기 3년까지는 제가 양육을 너무너무 못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불안감이 아이를 키우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요. 

     

    신생아를 키울 때는 불안이 정말 크죠. 소통이 안 되니 아기가 어디가 아픈지를 예측하기도 어렵고요. 

     

    아이를 낳고 보니 알겠더라고요. 그 전의 나는 굉장히 멸균된, 정리정돈이 잘 된 사회에서 계속 살아왔다는 걸요. 아기가 이렇게 소란스럽고 시끄러운지는 미처 몰랐어요. 우리 사회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이런 모습들을 계속해서 감추고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는 태도를 강요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요. 그러니까 사회 구성원의 표준을 굉장히 편협하게 상정해놓고 그 틀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들은 배제하는 시스템이더라고요.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저도 이런 시스템에 순응했던 사람이었던 거죠. 말로는 다양성과 취약성에 대한 존중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것을 몸으로 체화하는 것은 정말 어렵구나 느꼈고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도 배우지 못했던 거죠. 

     

    출판사에 소속되어 일하다가 창업을 하신 건, 양육과도 연관이 있을까요?

     

    시간을 좀더 자유롭게 쓰고 싶었어요. 사실 아이를 낳고 나서 저는 더 많이 성장했거든요.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는데 어떤 시스템 속에 있으면 잘 발산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일을 좀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어요.


     

    작년에는 창업한 출판사에서 『돌봄과 작업』 1,2권을 기획 출간했고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도 번역 출간했습니다모두 양육에 관한 책입니다.

     

    아무래도 제 관심사가 많이 반영이 돼요. ‘돌고래’라는 출판사를 만들 때 돌고래의 특징을 생각해봤거든요. 지능이 높고 무리 지어 다니면서 소통을 잘하고 기쁘고 즐겁게 노는 데 진심인 아주 창조적인 동물이잖아요? 그런 돌고래를 본받아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돌봄과 작업』은 일과 양육을 동시에 해내는 여성들의 이야기예요. 시나리오 작가, 뮤지션, 만화가, 인터뷰어, 교수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았어요.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는 평전 작가인 ‘줄리 필립스’가 10년 넘게 준비하고 쓴 책으로 거의 심리전문가에 맞먹는, 인간과 삶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력과 치우침 없는 관용적 태도가 돋보이고 선배 여성 작가들(할머니들)에 대한 깊은 매료와 존중이 담긴 책입니다. 무척 공들여 만들었어요. 

     

    양육자도 성장하는 값지고 풍성한 시간들

     

    대중문화 속에서 워킹맘들을 소비할 때, 가정 생활과 일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묘사할 때가 많아요. 

     

    아쉬운 부분이에요. 사실 우리들은 알고 있잖아요. 양육자가 되어서 얼마나 많은 역량이 생겼는지. 소통 능력, 공감 능력, 책임감, 효율성, 수용적인 태도, 겸손한 태도… 같은 것들인데요. 『돌봄과 작업 2』에서 황다은 작가님이 이런 글을 쓰셨어요. 자신이 양육 때문에 일을 쉬었을 때 그 시간은 “경력 단절의 시간이 아니라 경력 심화의 시간이었다”고요. 제 삶을 돌이켜봤을 때도 그렇습니다. 내가 잠깐 일을 쉬면 감각이 무뎌지지 않을까? 우려한 적도 있었는데요. 경험한 사람들은 알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일과 가정은 단순하게 대립되는 한 쌍의 개념이 아니라, 훨씬 더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영역들이라는 사실을 더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애쓰는 후배들에게는 어떤 말씀을 많이 하세요?

     

    사실 각자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어떤 조언을 하기는 어려운데요. 제가 잠시 일을 쉬고 아이를 돌보는 상황이 됐을 때를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 정말 값지고 풍성했거든요. 물론 그 상황에서는 느끼지 못할지 몰라도 훗날, 그 시간을 떠올리면 알 거예요. 인간의 수명이 너무나 길어졌잖아요. 그래서 단기적이고 계산적인 관점으로 어떤 결정을 하기보다는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려고 노력하고, 그 안에서 답을 찾으시길, 답을 찾으셨다면 뒤돌아보지 말고 (불안해하거나 후회하지 말고) 그 시간을 충분히 즐기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매년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죠. 사회적인 여러 문제가 있지만 양육자 그리고 아이들에게 좀더 안전한 사회를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무엇이 필요할까요?)

     

    제가 겪은 어려움 중에 불안이 가장 컸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사실 젊은 분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것이 단순히 돈의 문제거나 물리적인 시간의 문제 같은 게 아니거든요. 우리 사회는 뭔가 정답이 있는데 내가 그 정답대로 못 살고 있다는 불안감을 엄청나게 증폭시키는 사회인 것 같아요. 그런데 거꾸로 저는 아이를 돌보면서 삶에 객관적인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어요. 안전한 사회라는 것은 모든 위험을 다 계산해서 미리 아무런 사고가 나지 않도록 철두철미하게 방지하는 사회라는 뜻이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사고가 나도 서로 의지하고 도우면서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사회가 안전한 사회 아닌가요. 내가 나의 취약함을 보여도 괜찮은 사회요. 앞으로는 개인의 역량을 최고로 향상시키는 데 집중하는 경쟁적인 시스템보다는 이런 상호 의존적인 시스템이 필요할 것 같아요. 교육도 그런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에서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서 환경 잡지를 만드는 일을 한 적도 있는데요. 아마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낳고 나서 환경의 문제를 비로소 피부에 와닿게 느끼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개인이 아무리 관심이 있어도 개인의 삶에서 할 수 있는 실천들은 한계가 있더라고요. 더블하트 같은 경우는 이런 문제에 더 예민하고 섬세하게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패키징을 조금 더 친환경적으로 변화시켰다는 시도에 대해 들어본 일이 있고요. 그런 방향으로 계속 노력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양육자, 출판인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저는 이제 아이가 많이 커서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는데요.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에 제가 나서서 아이 일을 대신 해주기보다는 지켜보고 기다리고 응원하는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내가 예상했던 뻔한 틀을 벗어난다고 해서 너무 놀라지 않으려고 하고요. 또 그런 만큼 편집자이자 출판인으로서 제 삶에 좀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늘 고민하고 있고요. 어떤 어려움들이 있어도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결국은 책을 통해 해내고 싶습니다. 더불어 제가 아이에게 했던 것처럼(하려고 하는 것처럼) 일로 만난 사람들에게도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정말 다 이루었다는 마음이 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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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4.08

  • 더블하트 아세더하
    안승준 님 |팟캐스트 ‘우리 아이가 알려줬어요'운영, 뮤지




    안승준 “가족이 똘똘 뭉친 기억들의 기쁨”

     

    영유아 아이를 키울 때, 양육자들은 어른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밖을 쉽게 나가지 못하니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라디오, 음악, 오디오북, 유튜브 등을 듣는 일이다. 오랫동안 양육자들에게 각별한 사랑을 받았던 팟캐스트가 있다. <요즘은 팟캐스트 시대>, <우리는 꽤나 진지합니다>, <우리 아이가 알려 줬어요>. 세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뮤지션 안승준은 지금 뉴질랜드에서 두 아이, 아내와 똘똘 뭉쳐 재밌는 여행을 하는 중이다. 밴드 ‘보드카레인’의 보컬이었던 시절을 지나 지금은 홀로 곡을 쓰고 발표하며, 그림책의 글을 쓰고 뮤지션들의 앨범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로 살고 있는 안승준 작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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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대받는 경험

     

    1년째 두 아이, 아내와 함께 뉴질랜드에서 생활하고 계시죠. 완전히 이주를 한 건가요? 

     

    원래는 1년만 지내볼 생각이었어요. 지금은 연장을 하려고 생각하는데 기간을 딱 정해놓지는 않았어요. 아내와 제가 모두 프리랜서니까 사는 지역이 어딘지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거든요. 뉴질랜드에 가게 된 건, 제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외국에 잠깐 나가서 지냈던 적이 있었거든요. 지금과는 다른 점이 많을 때라 문화적 차이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많았는데요. 그때 기억이 우리 가족에게는 굉장히 특별해요. 가장 좋았던 시기예요. 왜냐면 우리는 크게 준비하지 않고 낯선 땅에 살게 되었으니까요. 가족들이 정말 똘똘 뭉쳐서 살았거든요. 작은 일이 생겨도 꼭 함께 상의를 했고요. 어린 마음에도 가족은 항상 어려운 일을 같이 헤쳐나가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요. 

     

    그 기억 때문에 외국 생활을 고려하신 걸까요?

     

    맞아요. 너무 좋았던 기억이라서요. 살다 보면 힘든 일도 있고 갈등도 생기지만, 어떤 특별히 좋았던 기억을 공유하고 있으면 가족 모두에게 힘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결혼 전부터 상상했던 것 같아요. 만약 아이가 생기면 한번쯤은 모든 걸 내려놓고 낯선 곳에 나가서 아이들과 좌충우돌하면서 살아보면 어떨까, 결국엔 각자 자신의 길을 가겠지만 한때 우리는 한 팀이었다는 기억을 아이들에게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뉴질랜드 생활은 어떤가요? 아이들에게 좀더 친절한 사회 분위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뉴질랜드를 선택한 건 친절하고 깨끗하고 안전한 나라이기 때문이에요. 다행히 제가 살고 있는 작은 도시는 정말로 그 기대에 딱 들어맞는 곳입니다. 아이들을 많이 기다려주고 실수에 관해서도 굉장히 너그럽고 관대해요. 얼마 전 첫째 아이가 페스티벌에 나갔어요. 체조 축제라고 볼 수 있는데요. 평소에 아이가 앞구르기, 뒤구르기 같은 체조 동작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학교 선생님께 참가해도 되냐고 물어보니까, 참가 요건이 없대요. 실력과 상관없이 아무나 참가할 수 있다고 해서 신청했죠.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들어가봤는데 우리나라처럼 꼼꼼하게 요강 같은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축제 당일 아침에 아이랑 추리닝을 입고 갔어요. 그런데 김연아 선수 같은 포스의 학생들이 다리를 쫙 벌리고 워밍업을 하고 있는 거예요. 아, 우리 아이의 수준이 아니구나! 깨달았죠. 그런데 아이는 이런 거에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편이라서요. 괜찮냐고 물으니까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조금 당황하셨겠어요?

     

    그랬죠. 옆에 다른 학교 선생님이 계셔서 물어보니 원래 체조 팀이 있는 학교에서 대부분 참가하는 축제더라고요. 저희가 좀 당황한 채 있으니까 체조를 가르쳐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따라갔더니 “너는 어느 학교에서 왔니?”, “너희 학교에는 체조 팀이 없니?”라고 물으면서 기본 동작을 30분 넘게 가르쳐줬어요. 동양인이 거의 없으니까 아이들도 더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동작을 성공하면 막 박수도 쳐주고요. 정말 뉴질랜드는 친절한 나라라는 걸 한 번 더 실감한 날이었죠. 아이도 이 축제에 참가한 걸 무척 즐거워했고요. 우리가 환영 받고 있구나,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지지 받고 도움을 받고 있다는 걸 명확하게 느꼈어요. 뉴질랜드에서 지내는 1년 동안 이런 좋은 기억들이 많아요.

     

    아이들은 뉴질랜드 생활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가끔 물어봐요. 뉴질랜드에서 살면서 뭐가 제일 좋았냐고. 답을 들어보면 좋은 공원, 관광지를 갔던 기억이 아니에요. 뉴질랜드의 마트에 가면 아이들이 무료로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과일바구니가 있거든요. 마트에 갔을 때 기분이 무척 좋았다고 해요. 이 과일 덕분에 내가 여기에 온 것을 좋아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해요. 아이들도 느끼는 거죠. 자신을 환영하고 환대하는 그 분위기를 말이에요. 

     

    환대 받는 경험이 아이들에게도 무척 중요하고 소중하죠. 

     

    맞아요. 너무 중요해요. 아이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경험이 너무 필요하죠. 약간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이런 경험 덕분인지 아이들이 뭐든지 더 잘하고 싶어 해요. 자기도 얼른 커서 누군가를 잘 가르쳐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해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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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밌는 여행』은 가족 모두가 참여한 그림책이에요.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언젠가 침대에서 아이를 재우는데 아이가 불쑥 말하더라고요. “아빠, 늙지 마”라고. “그래, 그럴게”라고 약속했지만 사실 불가능한 일이잖아요. 영원히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면서 우리의 이별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봤죠. 나와 아이는 앞으로 얼마나 함께하게 될까? 얼마만큼 우리는 같은 기억을 공유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매일매일이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글을 썼고, 아내인 홍나리 작가가 그림을 그렸어요.

     

    작업할 때 아이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요.

     

    맞아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를 돌아보고, 또 현재의 행복과 미래를 상상해보거든요. 아내와 함께 만드는 그림책은 미래의 아이들에게 남기는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아빠인가요?

     

    잘 놀아주긴 하지만 재밌게 놀아주는 아빠는 아닌 것 같아요. 실제로 아이들도 엄마가 더 재밌다고 말해요. (웃음) 다만 제가 잘하는 것은 아이의 입장과 아빠의 입장을 크게 구분하지 않고 놀이에 참여한다는 점이에요. 아이랑 놀아주기 위해서 뭔가를 완벽하게 준비하는 게 아니라, “어, 아빠도 여기에 가고 싶었는데”라고 말하면서 같이 노는 거죠. 놀아주는 게 아니고, 저도 실제로 즐겁게 놀고요. (웃음) 이런 식의 접근이 아이에게도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두 아이가 어릴 때부터 양육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셨죠. 한국에서 아이가 영유아 시기를 보낼 때는 어땠나요? 양육자로서 힘든 부분이 있었다면요?

     

    그때 저는 우리나라의 평범한 양육자들이 하는 걸 그대로 다했거든요. 집에서 이유식을 만들고 어린이집, 키즈카페 제가 거의 데려갔어요. 전업 육아를 했는데도 제가 남성이기 때문에 편한 게 많았어요. 어디를 가도 칭찬을 받으니까요. “아빠가 데리고 왔다”고 하면서 대접해주시고. 그냥 저는 제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어딜 가도 칭찬 받는 분위기 속에서 지냈기 때문에 솔직히 힘든 건 거의 없었어요. 그땐 체력도 지금보다 더 나았을 시기니까요. 크게 힘든 일은 없었어요. 사실 굉장히 지지를 많이 받아서 어떻게 보면 기득권이기도 하죠. 

     

    출산 전 아내와 합의한 육아 방침, 철학이 있었나요?

     

    저희 부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아이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일이었어요. 어른이 되면 자기 어렸을 때의 경험을 투영하잖아요. 어릴 때 칭찬을 많이 받지 못한 부모의 경우에는 내 아이는 칭찬을 많이 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갖는 것처럼요. 이런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과 아이에게 잘 설명해주는 부모가 되자는 마음이 컸어요. “너는 몰라도 돼” 같은 말은 안 하려고 노력해요. 

     

    육아에 열심을 다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상황이 어려워서 못하는 부모들도 많아요. 그 분들께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어려운 이야기인데요. 저도 그렇고 육아 선배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너무 짧은 것 같아요. 성인이 되면 각자의 길을 가야 하잖아요. 성인까지도 아니고 사춘기만 돼도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보다 친구들과의 시간을 더 즐기죠. 너무 당연한 일이고요. 저는 지금도 시간이 흘러가는 게 너무 아쉬워서 꼭 붙잡고 싶을 정도예요. 힘든 시기가 분명히 있지만 아이와 같이 시간을 나눌 수 있는 기간이 정말 짧다는 걸 생각하면, 조금 힘이 나지 않을까요? 이 시간을 더 귀하게 여겨야겠다고 생각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양육자들을 위해 기업에서 어떤 시도를 하면 좋을까요?

     

    공간에 투자를 했으면 좋겠어요. 요즘 아이들은 디지털이라는 세상에 너무 친숙하잖아요. 그 안에서 느끼는 즐거움도 분명히 있지만, 내 몸을 움직여서 새로운 공간에 갔을 때 더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더블하트는 부모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을 만들고 있잖아요. 재밌는 공간을 하나 만들어서 그 안에 더블하트에서 만드는 모든 물품을 넣어 체험해보는 콘텐츠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202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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