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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l.14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나와 당신, 그리고 우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를 위해>


    “나는 27살에 결혼해서 30살 전에 아기를 낳고 싶어.”

     

    20대 초반, 갓 입사한 사회초년생이었던 내가 늘 입버릇처럼 하고 다닌 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1년, 2년 시간이 점점 흐르고 의도치 않게 일에만 집중하며 살다 보니 일에서 얻는 성취감이 감정싸움 하는 연애보다 즐거운 워커홀릭이 되어있었다. 승진을 위해서라면 타지 생활도 마다하지 않았고, 근무시간을 넘기고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날도 있었지만 차가워진 밤공기를 느끼며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상쾌하기까지 했다. 크고 작은 성과들이 내 경력에 한 줄, 한 줄 쌓이는 걸 보며 지금처럼 일에만 집중하는 생활이 즐거웠다. 내가 떠들고 다녔던 27살의 결혼은 어느덧 실패한 목표가 되었고, 27살, 28살이 되고 30살을 앞에 두고 있었다.

     

    철없던 어린 시절에는 마냥 나이가 차면 자연스럽게 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육아를 하며 살게 될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나이가 들고 현실을 마주하니 일하는 여성이 아무 고민 없이 덜컥 아기를 낳기란 쉽지 않았다. 쉬지 않고 10년 넘게 달려온 내 커리어가 잠깐 멈춰 서거나 혹은 후퇴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1년만 더, 조금만 더 기다려볼까?’하며 계속해서 미루게 됐다. 게다가 건강 문제로 병가를 내면서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낀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같았던 내 미래에 먹물마저 쏟아버린 것 같았다.

     

    그 순간 나는 임신을 하게 되었다.

     

    고결하고 아름다운 순간이었지만, 감동보다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떠올라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부터 들었다. 내가 올해 세웠던 커리어 목표들은? 내년에 또 휴직하면 지금도 나보다 앞서 나가고 있는 동기, 후배들은 얼마나 앞서 나갈지 모르는데 괜찮을까?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들에 나는 마치 자신을 잃어가는 느낌이었다. 일을 좋아하던 나에게 지금의 모습은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이었고, 자존감이었다. 출산 후 아기와 집에 단둘이 남아 하루 종일 육아를 하다보니 그 감정들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달라진 낯선 내 모습, 육아 외에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막막함. 그러다 문득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기를 안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5분 남짓 짧은 시간이었지만 숨통이 트이고 머리가 맑아졌다. 어쩌면 후회하는 순간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낯선 세상을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며 내 품에 기대있는 아기를 위해서 앞으로의 나는 후회해선 안 된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우리가 꿈꿨던 인생을 살고 있지 않다. 10대의 나는 연기자를 꿈꿨고, 20대의 나는 결혼을 상상했다. 수많은 선택들이 내 앞에 놓여 있었고, 그 선택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출산과 육아는 단지 그동안 내가 겪어왔던 수많은 갈림길 중 하나일 뿐이었다. 왜 유독 육아로 인한 변화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일까? 육아라는 단어를 빼고 생각해 보면 그저 지금까지 살면서 계속해 왔던 여러가지 선택의 순간 중 하나일 뿐인데.

     

    일은 멈췄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나를 포기한 것 같았지만 새로운 나를 찾았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친구들과 유치한 소설을 써서 서로 돌려보고 즐거워하던 어릴 때를 떠올렸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아 나를 써 내려가고 있다. 육아는 오히려 그동안 내가 잊고 지냈던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떠올리게 해줬다. 직장인의 나는 쉬고 있지만, 엄마인 나는 쉬지 않고 있다. 엄마라는 선택을 하였기에 작가가 되어 내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타지 생활 7년 만에 처음으로 동네 친구도 사귀었다. 앞으로 또 어떤 변화와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오늘은 연필을 꺼내 들어 그림을 그려본다.

     

    놓쳐버렸다고 생각했던 꿈과 목표는 사실 놓쳐버린 것들이 아니었다. 더 좋은, 새로운 꿈과 미래를 선택하기 위해 놓아버린 것들이다. 연기자를 꿈꿨던 나는 사라졌지만 일을 즐기고 사랑하는 나는 남았다. 워커홀릭 나는 없어졌지만, 엄마인 나를 얻었다. 평생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도 얻었다. 여전히 나를 응원하는 남편, 부모님, 지인들이 있고 새로운 일들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여자에서 엄마가 된다는 것은 너무나 큰 변화이다. 거울 속 내 모습이 가끔은 낯설기도 하고, 육아만 하다가 끝나는 하루에 슬퍼지는 날도 있다. 그럴 때는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고 크게 심호흡을 해보자.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좋으니 나를 위한 시간을 소비해 보자. 거창하지 않아도 되니 따뜻한 물에 노곤하게 몸을 녹이는 일부터 시작해도 좋다. 엄마가 되었다고 해서 온전한 나를 잊어버렸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나는 ‘엄마가 된 것’이 아니라, ‘엄마인 내가 된 것’이니까.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 모두의 선택을 응원합니다!









    2024.03.08

  • 더블하트 러브레터
    Vol.13 나에게 찾아온 너라는 우주




    <나에게 찾아온 너라는 우주>


    “이날보다 저 날이 좀 더 좋은 것 같은데, 병원에서 수술할 수 있는 날짜는 이날밖에 없대.”

     

    곧 출산을 앞둔 친구가 고민을 얘기했다. 사주팔자에 관심이 많은 친구는 한참 전부터 제왕절개 출산을 결심해 두었다. 

    다만 사주에서 말하는 좋은 날을 아기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데, 주치의의 일정도 고려하다 보니 계획에 이런저런 차질을 겪는 모양이었다. 

    출산 일정을 계획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 나가는 친구를 보고 있자니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나에게도 계획이라는 것이 있었지. 그렇지, 그랬었지…’

     

    4.2kg의 우량아로 42주나 엄마 배 속에 있다가 세상에 나온 나를, 엄마는 단 2시간의 진통 끝에 자연분만으로 출산했다. 

    어린 시절에는 몰랐지만, 임신과 출산에 관심을 갖고 부터 엄마는 나에게 ‘출산의 여신’같이 느껴졌다. 

    그 작은 몸으로 이 큰 아기를 그토록 오래 품은 것도 모자라, 병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단 2시간 만에 불쑥 자연분만으로 해결을 보다니. 유튜브에서나 보던 서양 여성들의 놀라운 골반과 수월한 출산 사례만큼이나 부러운 대상이 

    마치 엄마가 된 듯하여 신기하고 뿌듯했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여성의 자궁과 출산 능력은 유전된다는 속설.

     

    서른여섯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임신했던 나는 막연히 엄마의 출산 능력에 심리적으로 기대고 있었다. 과학적 근거는 조금도 없지만 

    왠지 자궁의 생식능력은 유전이 강하다는 항간의 소문이 나의 순산을 지지해 주는 것만 같았다. 예정일이 가까울 때까지 별다른 이벤트 없이 

    임신 과정을 거쳐온 것도 그런 막연한 기대를 뒷받침해 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의 평화로운 순산 계획’은 기대가 아니라 정해진 사실처럼 다가오는 듯했다.

     

    그토록 찬란했던 나의 계획과는 달리 출산을 거쳤던 지난해 유월은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눈물과 마음고생으로 얼룩진 달이 되어버렸다. 

    39주 차에 찾아온 출산 징후에 순산을 기대하며 방문한 병원에서는 내진 후 30분도 안 돼서 자연분만 시도는커녕 응급 제왕을 위해 수술대 위에 올라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짧고 강렬한 고통’ 후에 태어난 아기를 품에 안는 나의 상상은 수술 후 배 위에 올려진 돌덩이 같은 복대를 보며 눈 뜨는 현실로 바뀌었으며, 

    진통과 출산으로 허기진 배를 맛있는 식사로 채우는 상상은 ‘가스 배출 후 미음만 섭취 가능’이라는 단호한 치료 방침 아래 무력할 뿐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수술 후 회복이 더뎠던 나는 일반 산모들보다 하루 더 입원해야 했다. 출산 전에는 별다른 건강상의 문제가 없었으나 

    수술 후에는 예측하지 못한 이벤트의 연속이었다. 염증 수치가 높게 나와 일반의 산모들보다 항생제를 더 많이 투여해야 했고, 

    거동도 불편한 상황에서 원인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검사를 더 받아야 했다. 염증 수치가 해결되고 나니 

    이번엔 철분 수치가 현저히 낮게 나오는 바람에 수혈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어느새 양팔은 주삿바늘 자국으로 시퍼렜다. 

    한 번도 제대로 된 수술을 경험해 본 적 없던 내게 병원에서의 하루하루는 고통과의 사투 같았다. 가끔 멀쩡히 돌아가는 창문 밖 세상을 보며 

    ‘과거의 건강한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랬다. 가슴에 사무치는 우울감은 ‘평화로운 출산과 그 후의 계획’에 전혀 없던 종류의 것이었다.

     

    하지만 가장 계획하지 못한 놀라운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내가 낳은, 나의 아기’라는 존재였다. 부실한 몸을 이끌고 수유실에서 처음으로 대면했던 아기는 

    품에 안는 순간 세상에 나와 아기 단둘만 존재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강렬했다. 인간이 이토록 작고 사랑스러울 수가 있었구나. 

    눈 깜박임, 오물쪼물입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움직임, 태지가 떨어지지 않은 불완전한 피부, 모든 것 하나하나가 경이롭고 놀라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아기를 마주하는 순간만큼은 모든 생각이 정지되고, 내 몸과 정신이 모두 온전히 아기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내 인생에서 모든 감각이 살아서 한 곳에 집중되는 듯한 이토록 강렬한 체험이 또 있었을까. 다시 돌이켜봐도 없었던 것 같다. 이 또한 내가 계획할 수 있는 종류의 체험이 아니었다.

     

    어느덧 200일을 훌쩍 넘기고 8개월 차에 접어든 아기를 바라봤다. 무거운 눈꺼풀을 올려 뜨는 것도 어려워하던 아기는 이제 사람을 구별하고 

    엄마에게 눈웃음을 치며 호감을 표시한다. 부서질 것처럼 가늘던 팔은 탱탱하게 살이 차오르고 제 한 몸을 지탱하며 기어갈 준비를 할 만큼 단단해졌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엄마의 손을 먼저 잡아주며 웃어 보이기까지 한다. 지옥 같았던 출산과 회복의 한 달을 떠올린다. 감개무량하다. 그때만 해도 지금의 나는 어디 상상이나 됐던가.

     

    돌이켜보니 아기가 세상에 온 후로 내 삶은 모든 순간이 예측 불가가 된 것 같다. 힘듦과 고통도 지뢰밭처럼 널린 것이 사실이지만, 

    그 어려움을 거뜬히 넘게 하는 예상치 못한 기쁨과 행복을 마주하고 있다. 출산과 육아라는 혼돈의 과정에서 

    어느덧 예측하지 못할 순간들을 즐기고 있는 내가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아기만큼 빠른 속도는 아닐지라도 나 역시 한 뼘만큼 성장한 게 아닐까. 

    어차피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는 게 아닐지도 모르니, 그냥 내려놓고 ‘아기’라는 무궁한 우주를 마음껏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4.02.27

  • 더블하트 러브레터
    Vol.12 조금만 내려 두고 사랑을 전해 주세요




    <조금만 내려 두고 사랑을 전해주세요>


    그날은 유독 힘든 날이었다. 


    ‘파워 인싸’ 아빠 덕에 삼칠일을 넘기자마자 데뷔 전을 성황리에 치른 우리 똘망이는 보는 사람마다 순둥이라고 했다. 

    쪽쪽이는 잠이 올 때만 물었고 낯선 사람을 봐도 울지 않았다. 처음 본 이모 품에서도 잠드는 세상 순한 아기.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육아 이거 생각보다 쉬운데?”


    수면 교육을 하지 않았지만 알아서 통잠을 잤고 약간의 고통스러운 시간은 있었지만 결국 낮잠도 혼자 누워서 자는 경지에 이르렀다. 

    모든 게 낯설고 어렵기만 했던 날들이 지나가고 여유로운 삶이 펼쳐졌다. 꽤나 일정하게 짜인 스케줄로 돌아갔다. 

    밥 먹이고 병풍 사이에 아기를 눕혀 두고 음소거로 자막을 켠 상태로 티비를 보다가, 칭얼거리면 인형을 안겨주고 토닥이면 알아서 잠들었다. 

    며칠 같은 날이 반복되자 지루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너무 아기를 안 안아줬나? 싶은 날도 있었다. 너무 자만했을까? 행복한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날은 이상하게 첫 수유를 하고 낮잠을 자는 타이밍에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결국 안아서 달래야 했다. 

    의자에 잠깐이라도 앉으면 다시 울기 시작해 부엌을 서성이며 서있었다. 잠들었다가도 누우면 금방 깨서 결국 눕히는 걸 포기해야 할 정도였다. 

    겨우 진정시켜 안아 들고서 시계만 쳐다보며 다음 수유 텀을 기다렸다. 3시간을 기다리기도 힘들어 2시간이 좀 넘으면 수유를 해야 했다. 

    수유하고 십 분 정도는 누워서 얌전하기에 긴 시간을 기다릴 수도 없었다. 여지없이 다시 울면 안아 들고 부엌이며 거실, 방 곳곳을 돌아다녔다. 


    거의 12시간 내내 안고 서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하루였다. 다음 수유 텀엔 자겠지, 이번엔 잠들겠지, 기다리며 오후 8시가 되었다. 

    밖은 조용했고 어두웠다. 살짝 잠들려면 아기가 다시 깨 울음을 터트리자 나도 같이 터져버렸다. 


    “도대체 어쩌라는 거야! 엄마도 너무 힘들단 말이야!”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정말 글자 그대로 엉엉 소리가 절로 나게 서럽도록 눈물이 났다. 

    제법 무거워진 아기를 안고 하루 종일 서있었으니, 몸도 마음도 너무나 지쳐있었다.


    문득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주저앉아 울고 있을 때부터 이미 집안은 내 울음소리로만 가득 차 있었다. 고개를 숙여 아기를 바라봤다.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날 내 품에 안겨 있던 아기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너무나 슬픈 눈으로, 마치 내 말을 알아들은 것 마냥 멍한 표정으로 미안하다는 듯 안겨 있었다. 

    가슴을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아,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너도 이제 세상에 나온 지 백일도 안 지난, 모든 게 너무나 낯설고 무서운 그냥 갓난아기일 뿐인데.’


    그 많은 감정 중 하필 나의 이 힘든 마음이, 슬픔이 전해진 게 아닐까 너무 미안했다. 아기를 다시 꼭 끌어안았다. 

    엄마가 너무 미안해, 진심이 아니야 엄마는 너를 너무 사랑해. 이번엔 미안함의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생각했다. 난 왜 힘들었을까. 긴 시간 무거운 아기를 안고 서 있어서? 밥도 못 먹고 하루가 지나서? 울음소리에 하루 종일 시달려서?


    아니었다. 내가 그날 너무나 힘들었던 이유는 낮잠에 집착하고, 수유 텀을 계산하며 하나씩 밀려나는 낮잠과 수유를 지키려 애썼기 때문이었다. 

    누워서 스스로 자야 한다는 생각에 눕혀 두기 바빴고, 잠들지 않은 아기를 달래려 결국 억지로 수유를 앞당기고, 당연히 배가 덜 고프니 남기고, 

    짧아진 수유 텀을 다시 맞추려다 지쳐서 수유하고, 그러니 낮잠도 다시 틀어지고 엉망이었다. 첫 낮잠을 건너 뛴 것뿐인데 그로 인해 하루가 완전히 꼬여 있었고 

    나는 그걸 풀어내려 집착하느라 하루 종일 온 신경이 곤두섰던 것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스케줄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한 텀쯤, 하루쯤 어긋나더라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낮잠 시간에 안 자고 울면 그냥 안아 들고 서있기로 했다. 

    10분, 20분 시간이 걸려도 그냥 기다려 주기로 했다. 물론, 너무 힘들어 울고 싶은 날은 계속해서 나를 찾아왔다.


    그래서 매일 아침 나는 다짐한다.


    혹시 오늘 하루, 육아가 너무 힘들다면 조금만 내려놔 보자. 집착을 벗고 정해진 일정을 잠시 잊어버리자.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우리 아기에게 사랑하는 마음, 긍정적인 생각만 전해주자. 오늘 하루도 오롯이 아기와 사랑을 나누자, 항상 웃게 해주자고.






    
     




    2024.01.26

  • 더블하트 러브레터
    Vol.11 아기의 성장은 엄마의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




    <아기의 성장은 엄마의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

     

    “너는 머리가 크고 무거워서 앉혀 놓으면 매번 뒤로 쾅, 뒤통수를 바닥에 찧는 바람에 한시도 눈을 떼기가 어려웠어.”

     

    엄마는 새로운 가족이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위 앞에서 어린 시절부터 귀에 딱지 앉게 들었던 나의 뒤통수에 관한 얘기를 참 여러 번 반복했다. 

    그래서 내 뒤통수가 납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매 순간 내가 다칠세라, 혹은 못난이 뒤통수가 될까 봐 꾸준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타고 나길 무겁고 큰 머리통인지라 예쁜 두상을 갖긴 쉽지 않았다는 원망 섞인 항변.

     

    그래서일까. 뽀얗고 하얀 피부에 새까만 구슬 같은 눈동자를 갖고 태어난 시아를 사랑스럽게 보면서도, 나는 내심 불안한 구석이 있었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 자던 아기가 정면을 향해 잠들기 시작하면서 둥글고 볼록했던 두상이 자꾸 납작해지는 것 같은 불안감이 피어올랐던 것. 

    나를 향한 핀잔처럼 자기방어를 열심히 하던 엄마의 목소리가 

    오버랩 되면서 왠지 내 딸은 기필코 납작한 두상으로 키우지 않겠다는 집념이 생기기 시작했다. 

    맘카페와 육아 정보 유튜브, 각종 육아 글들을 거치면서 나의 결론은 한 곳으로 모아졌다. 

    “답은 터미타임이다!”

     

    해결책이 생긴 후로 나는 틈만 나면 아기의 터미타임을 시도했다. 신생아 50일쯤부터 거의 매일, 수유 후 한 시간 정도가 지나면

    아이를 뒤집어 보고 자기 힘으로 상체를 들어 올리길 기다렸다. 하지만 배고플 때 빼고는 우는 목소리 한번 듣기 쉽지 않던 

    순둥이 딸은 자신을 엎어 놓을 때마다 통곡을 하듯 울기 시작했고, 고개를 들기는 커녕 바닥에 얼굴을 박고 호흡이 힘들어 보이는 괴로운 상황만이 반복됐다. 

    지난 한 시도에도 딸 아이는 누워서 천장만 보고 노는 게 너무 편안한 아기였고 터미타임에 대한 거부감이 극심했다. 

    비슷한 월령의 아이들 평균보다 큰 머리둘레, 한눈에 보아도 무거워 보이는 두상을 보면 시아의 터미타임이 괴로울 법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기도 했다.

     

    '아직 어리니까 그럴 수 있지’라고 여유 있게 넘기던 나의 마음은 생후 70일을 넘기면서 점차 조바심으로 바뀌어 갔다. 

    혹시 아이 발달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못하는 거지? 아기들이 엄마보다 좋아한다는 꼬꼬맘에 요즘 육아에서 핫하다는 아기 병풍, 

    오색 찬란한 불빛과 동요들로 아기들의 관심을 끄는 튤립에 갖가지 장난감들을 아기 얼굴 앞에 들이대도 도통 진전이 없어 보였다. 

     

    휘청거리는 고개는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지기 일쑤고, 엄마의 고단한 시도가 힘겨웠던 아기는 매번 침을 흘리다 못해 짜증 내듯 

    자신의 손을 주먹째로 입에 가져가며 저항하는 듯 보였다. 패기 있게 시작했던 마음은 답답함으로 바뀌고 답답함은 근심과 초조함으로 바뀌어 갔다. 

    태어나면서부터 터미타임을 시작했다는 아기들, 50일이 되자 거뜬히 고개를 들어 올리는 조그만 두상의 아기들, 

    머리가 커도 다부진 체형과 몸매를 가진 아기들이 거뜬히 고개를 들어 올리는 사례 등 온라인에 널리 퍼진 수많은 육아 정보는 

    ‘우리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부채질했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시아를 보는 게 익숙했던 생후 89일째. 그날 역시 별 기대 없이 아이를 뒤집어 주던 참에 맥아리 없이 주저앉던 

    시아의 얼굴이 갑자기 환하게 빛났다. 거뜬하게 고개를 들어 올리면서 제 눈 앞에 있는 꼬꼬맘을 보고 여유 있는 미소마저 지으며 

    터미타임을 갖고 있던 것. 어제만 해도 역류방지쿠션의 커버를 침으로 잔뜩 적시고 고개를 떨구던 아이가 무려 5분 동안 고개를 들며 

    호기심 넘치는 얼굴로 새로운 각도에서 보이는 풍경을 만끽하고 있는 게 아닌가. 믿어지지 않았던 나는 혹시라도 이 순간을 놓칠세라 허겁지겁 카메라로 영상을 담았다. 

    ‘100일의 기적이 오긴 오나’라며 자조하던 엄마에게 아기는 보란 듯이 자신의 성장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때였던 것 같다. ‘아기의 성장이 조바심과 성급함으로 미성숙해 있던 엄마의 마음을 바로 마주할 수 있게 하는 거울이 되어 주었구나’라고 깨닫게 되었던 순간이. 

    눈에 보이지 않는 듯했던 매일의 시도 동안 아이는 성장하고 있었다. 내가 남의 아기들을 보며 비교하고 걱정하며 못난 마음을 

    품기도 하는 동안, 아기는 끙끙거리고 칭얼거리면서도 꾸준히 시도하고 제 나름의 시계에 맞춰 크고 있었다. 지체되고 있었던 것은 아이의 발달이 아니라 

    개인마다 다를 수 있는 아기들의 성장을 넉넉한 마음으로 지켜보지 못했던 엄마의 미성숙한 마음뿐이었다는 사실이 깨달음처럼 다가왔다.

     

    납작 두상으로 인한 콤플렉스인지 아기에 대한 집착과 같은 마음이었는지 아직도 그 원인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신생아 시기에 

    아기의 성장을 통해 나의 마음 변화를 마주한 후로 지금은 훨씬 여유롭게 아이를 바라보며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아기는 내 생각보다 훨씬 강하고 눈부시게 성장하는 존재라는 믿음이 생긴 후로 오히려 나의 마음을 돌아보며 새로운 것을 배운다.















    2023.11.30

  • 더블하트 러브레터
    Vol.10 엄마는 너를 낳고, 나를 잃었다가, 우리의 행




    엄마는 너를 낳고나를 잃었다가우리의 행복을 찾았단다

     

     


    우리의 행복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아기를 낳기 전부터 완전한 사회생활 복귀 시점을 고민했다. 복귀가 하고 싶었다. 나는 일을 통해 얻는 행복이 꽤 큰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웃기지만, 출산한 날까지도 핸드폰을 붙잡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도영이가 통잠을 자기 전까지는 새벽까지 책을 보면서 창업의 길을 모색했다.

     

    육아 서적을 보던 중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라는 문구를 발견했다. 육아보다 일이 먼저였던 나를, 합리화할 수 있는 좋은 구실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하면 내가 스트레스를 덜 받기 때문에 아이한테도 더 잘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지금까지 내 행복의 기준은 오로지 나였다. 나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육아하면 할수록 내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내 생각과 너무나도 달랐던 육아

     

    나는 늘 도영이와 함께 했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는 것을 좋아했던 나였지만, 도영이와 먹을 때는 후루룩 밥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카페에 가도 여유는 없었다. 커피를 입으로 마시지 못하고 코로 마실 때가 많았다.

     

    도영이와 모든 것을 같이 해야 하는 것이 불만이었다.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없기 때문이었다. 내 삶이 없었다. 

    육아하다가 내 삶을 비관하고, 매일 밤 울고 도망치고 싶었던 날들. 마음 앓이를 지독하게 겪었다.

     


    생각의 전환, 아들을 통해 본 행복

     

    사실 이러한 상황을 변화시킬 순 없었다. 태어난 아기를 도로 배 속으로 넣을 수 없는 노릇.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지 내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뿐이었다.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조금씩 육아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도영이와 함께 장을 보러 가고, 백화점도 가고, 산책도 하고, 심지어 화장실까지 같이 갔다. (이건 경험한 사람만 아는 ‘현타’가 온다) 그렇게 우린 조금씩 찐한 사이가 되고 있었다.

     

    어느 날, 도영이가 잠을 너무 안 자서 침대에서 잠깐 놀아주려고 침대에 벌러덩 눕힌 적이 있었다. 

    그 순간 도영이는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 엄마와 함께 침대에서 뒹굴뒹굴하고 이불로 머리를 덮고 내리는 까꿍 놀이가 이 아이에게는 행복이었던 것이다.

     

    그날 도영이의 모습에 적잖게 충격을 받았다. 도영이의 기준에서는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 특별한 것이 없지만 사소한 놀이도 재미있게 느끼고 행복해했다. 

    반면에 나는 도영이가 놀고 있는 잠깐의 시간도 도영이에게 집중 못 할 때가 잦았던 것을 이 자리에서 고백해 본다.

     


    아들에게 배운 진정한 의미의 행복

     

    도영이에게 행복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데에서 오는 것이다. 

    그 사람에게 시간을 쓰는 것이 아깝지 않을 때 우린 서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처음엔 나는 도영이를 충분히 사랑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린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 사랑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도영이와 10개월가량의 시간을 함께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도영이와 함께하는 순간이 너무 즐거웠다. 

    도영이에게 쓰는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게 느껴졌다. 그렇게 도영이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되는 그 순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육아는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는 과정 같다. 아무도 그 안에 보물이 있는지 모르지만, 그 땅을 파다 보면 큰 가치들을 하나 둘씩 찾아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누구나 힘든 과정을 겪지만, 아이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되는 보석과 같은 순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어려운 육아의 과정을 감내하고 있을 엄마들이 모두 힘을 냈으면 좋겠다. 혼자만 겪는 힘듦이 아니기 때문에 같이 이겨낼 수 있다. 

    또한 출산(또는 임신)과 육아를 망설이는 분들이 숨겨진 보물을 찾길 바라는 마음이 닿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2023.10.06

  • 더블하트 러브레터
    Vol.9 네 존재는 위로 그 자체



    네 존재는 위로 그 자체

    “뱃속에서 종양을 가지고 태어나는 아기들도 있대.”

    “그래?”

     

    퇴근하면 아내는 늘 하루 종일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을 이야기한다. 

    주로 아이에 관련한 것인데 이날은 아내가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카카오 브런치에서 본 것을 전해줬다.

     

    그분에게는 6살, 두 돌 된 딸이 있는데 딸이 새벽녘에 깨서 울음을 터트려 안아줬더니 숨을 잘 쉬지 못했고 

    이내 숨을 거뒀다고 한다. 급히 응급실로 갔지만 ‘사인 미상’.

     

    아이는 임신  26주차에 목 부위에 4cm 이상의 림프관종이 발견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기도를 막지 않아 무사히 자연분만 끝에 

    태어나 모두를 기쁘게 했다는 장한 아이. 혀 밑에 2개의 종양이 더 발견돼 태어난 지 한 달 무렵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지만 

    노래도 잘 부르고, 춤도 잘 췄다는, 말만 들어도 사랑스러운 그 아이는 두 돌 생일이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나라로 갔다. 올해 초의 일이다.

     

    큰 슬픔에 빠진 아이의 엄마는 ‘너와 함께 해보고 싶었던 것’이란 제목으로 소소한 19가지를 나열한 글을 올렸고, 아내는 그 글에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아이도 엄마랑 하고 싶은 게 참 많았을 거예요. 엄마라고 크게 부르며 달려와 빙글빙글 안기기, ‘엄마 사랑해’라고 써서 

    선물하기, 종이접기를 배워서 엄마에게 꽃 접어주기 등등. 그거 안 잊어버리고 이다음에 엄마랑 만나면 하려고 또박또박 글씨를 쓰는 연습도 하고 

    즐겁게 잘 지내고 있을 거예요. 열심히 살다, 후회 없이 살다가 훗날 만나세요. 아마 아이가 이만큼 써놓은 거 다 하자고, 같이 하자고 조를 거 같아요. 

    하고 싶은 거, 해주고 싶은 거 못 하시는 게 아니라 잠시 미루어 둔 거니까. 꼭 힘내세요.”

     

    그리고 한두 달쯤 잊고 지냈는데 댓글 알림이 와서 보니 그 엄마의 대댓글이 달렸다고 한다.

     

    “제가 이 댓글을 이제야 봤네요. 눈물이 납니다. 다음에 만나면 꼭 같이 해야겠어요.”

     

    이야기를 전해 듣는 내 마음도 뭉클했다.

     

    부모만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많은 게 아니라, 아이도 부모에게 주고 싶은 것이 참 많다. 

    철없이 레고 놀이를 하는 천진한 아들을 문득 바라봤다. 정말 그랬다. 아이를 키워보니 그랬다.

     

    아이는 내가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함께해 줬고, 순수한 언어와 몸짓으로 위로해 그 따스함에 때론 웃고, 때론 울며 치유를 받았다. 

    아이는 엄마가 상을 받지 못해 울적해 할 때면 색종이로 색색깔 꽃을 접고, 접고, 접어, 이어 붙인 제 키만 한 트로피를 만들어 ‘대상’이라며 선물하기도 했다.

     

    액세서리가 널려있어서 아내에게 잔소리를 했더니, 아이는 엄마에게 레고로 ‘보석 상자’를 만들어줬다. 

    엄마는 아빠와 제 생일에 고기가 많이 든 미역국을 끓여준다며, 자랑하다가도 문득 “엄마는 엄마 생일에 엄마가 요리해야 되네”라고 말하더니 미역국을 끓이는 방법을 묻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부모의 사랑은 한없이 깊고 끝없이 아낌없이 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를 키워보니 그렇지 않다. 부모는 때론 욕심을 부린다. 때론 조건이 있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은 무조건적이다. 부모는 아이를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베풀어야 할 대상으로 본다. 

    이에 반해 아이는 도리어 부모에게 자신이 가진 많은 것을 조건 없이 내어주려고 한다. 그 조건 없는 사랑이, 때 묻지 않은 언어로 표현하는 위로가, 세상을 사는 힘이 되어 준다.

     

    서로에게 서로가 있는 한,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한 결코 혼자가 될 수 없다. 부모와 아이, 아이와 부모. 

    우리는 한 팀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큰 위로이며, 사랑이고, 재산이다.

     

    “어깨에 기대봐. 진짜 요만한데. 진짜 편해. 진짜 너무 든든해.”

     

    아내의 말에 아이의 어깨에 머릴 기대봤다. 한 뼘 밖에 안 되는 

    작고 여린 아이의 어깨에 묵직한 내 머리가 얹어질까 싶지만, 살포시 기대어진다. 

    마음이 거짓말처럼 편안해진다. 아내의 말을 알겠다. 든든하고 따뜻한 내 삶이 여기 있다.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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